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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면 다 할 수 있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요즘 자취인생이다.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두 가지나 해내는 요즘 내가 멋있게 느껴진달까. 자취는 그래서 좋은 것 같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겨우 연명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능동적으로 내 멋대로, 내 뜻대로 움직이고 쟁취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자아도취같지만 뭔가 자존감이 높아지는 느낌. 자아효능감이라고 하나. 

처음에 찾아본 건 백종원의 소세지야채볶음이었다. 뭐 밀가루랑 케찹인가 뭘 같이 하라고 해서 해봤는데 홀라당 태워버렸다. 바로 버리고 포기했음.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못하겠다 싶은 걸 굳이 해내려고 하진 말자 싶었다. 왜냐하면 성취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니까?

내가 만든 소세지야채볶음에 들어간 건 양파 4분의 1, 파프리카 2분의 1, 마늘 2쪽, 소세지 1팩, 작은새송이버섯 한 주먹, 케첩 2-3스푼 정도, 올리고당 반 스푼 정도였다. 처음엔 레시피를 찾아 해보려고 했는데 재료가 다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대충 감만 잡고 내 마음대로 수정해 만들기로 했다. 마늘도 내 마음, 새송이버섯도 내 마음. 이거에 뭘 더 넣고 말고는 사실 개인의 마음이니까. 

먼저 마늘을 넣고 살짝 노릇해지면 칼집을 대충 낸 소세지를 넣는다. 처음에는 정성스럽게 칼집 넣었는데 점점 대충 넣기 시작했다. 자취 고수가 되면 소세지야채볶음 하나에도, 소세지 하나에도 멋진 모양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를 든다면 문어 모양이라던가, 문어 모양이라던가, 문어 모양이라던가. ㅋㅋ 문어 밖에 생각이 안나네 어제 분명 뭔가 새로운 모양을 봤던 거 같은데. 

소세지는 살짝 익혀준 후 양파, 파프리카, 새송이버섯을 한 번에 넣었다. 뭔가 순서가 있을 거 같지만 그냥 대충 넣어봤다. 넣어서 익혀보니 양파, 파프리카> 버섯 순으로 넣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쉬웠던 건 역시 후라이팬이 너무 작았다는 점. 근데 막상 만들어놓고 보면 반찬통 하나도 차지 않는단 말이지?

양파가 완전 투명해지기 직전에 캐첩을 넣었다. 이것도 그냥 내 마음. 어린이 입맛에 딱이라고 하던 캐첩 들어간 소세지야채볶음을 나도 해본 거다. 내 입맛에 맞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나중엔 어른 입맛에 맞다는 무언가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의 다 만들어지고서 올리고당을 반 스푼 넣었다. 이건 그냥, 넣으면 달다구리하니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넣어본 거다. 설탕은 없고, 올리고당은 있어서. 설탕이 있으면 설탕을 넣어도 좋을 듯 하다. 다 익었다. 소세지 반 야채 반인 소세지야채볶음. 소세지가 적어보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내가 야채를 이렇게까지 많이 넣을 줄 몰랐거든. 그리고 야채 많이 안 먹던 나도 야채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 20대일 때 잘 챙겨먹어야겠다며 강박적으로 챙겨먹는 중. 

맛있다. 새송이는 그냥 넣어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소세지의 특유 맛과 양파, 파프리카의 아삭함, 새송이버섯의 식감까지 어우러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만들 때는 캐첩을 좀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캐첩맛이 그렇게 많이 안느껴지는 건 내 입맛 탓인 걸까 허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기에도, 맛도 좋아 흡족했다. 다음엔 비슷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새송이버섯볶음 후기도 적어봐야겠다. 나의 자취요리, 멋지다. 쉽게 할 수 있는 자취요리 추천 원하는 사람들이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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