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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구리한 와인을 찾아 헤맸다. 그냥 좋은 분위기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데 함께 곁들일 와인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겠구나 싶어서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와인을 잘 알지 못했고, 함께 한 사람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와인인 간치아를 선택했다. 우리가 구매한 곳은 이마트였다. 옛날에는 와인이 정말 고급스러운 주류였고, 또 그만큼 접하기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동네 마트, 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주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와인을 찾는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물론 지금처럼 보편화가 된 시대에는 급이 더 뚜렷하게 나뉘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와인알못이지만.) 클라스가 나뉘고 그에 따라 값어치가 크게 매겨지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선택한 간치아 다스티는 2만원이 안되는 저렴한 와인이었다. 저렴하면 어때, 가성비 좋으면 되었지.

 

내 생각에 내 집에 와인을 따는 데에 쓰는 와인오프너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는 와인 오프너가 필요한 와인인지 아닌지 기억이 안난다고 하지 무엇인가. 젠장 그래서 간치아 다스티에 대해 정말 열심히 여기저기 서치했다. 블로그가 많이 나왔고, 사진도 많이 봤다. 그런데 오프너가 필요한지 안필요한지 안적혀있을 뿐 아니라 따는 과정이 담긴 사진 조차 없었다. 그래 와인알못의 실수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와인 오프너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전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진과 글을 남기지 않은 건 게야.

잠시 불행해졌다가 이내 와인 오프너를 찾고야 말았다. 그래 이마트에서 산 비싸지 않은 와인이지만 소중하게 대해줄게 라고 혼자 생각함. 오랜만에 먹는 와인이라 기분도 좋았지.

 

그래서 오프너를 사용해 간치아 다스티를 따는데 이게 또 쉽지 않았다. 역시 먹어본 사람이 먹고, 따본 사람이 따는 거지. 우리는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인 만큼 따는데 오래 걸렸다. 음식들 다 해놨는데 와인을 못따서 못 먹게 생긴 상황에 그냥 포기하자고, 탄산수나 찾아 먹자고 했더니 안된다고 기필코 따고야 말겠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끝끝내 땄고 기분 좋게 마셨다. 

사실 나는 화이트와인을 별로 안좋아했다. 지금까지 먹었던 화이트와인들이 다 쓰고, 알코올 내가 진했다. 나는 어린아이 입맛 처럼 달고 알코올 향이 약한 걸 좋아했다. 누군가는 그럴 거면 왜 술을 마시냐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마시고 싶다. 취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이왕이면 달다구리 와인, 내 취향인 주류를 찾는 거지. 내 취향을 아는 이 친구가 이거는 괜찮을 거라고 한 번 마셔보겠냐고 했다. 탄산도 들어있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을 거라고. 친구의 말과 예상이 옳았다. 화이트 와인은 다 내 취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었고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 나의 취향에 맞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날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내 취향 아니다, 내 스타일 아니다 라고 단정 짓기 보다는 뭐라도, 조금이라도 시도해보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래, 오늘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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