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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오랜만에 식사를 했다. 그냥, 그냥 갑자기 아빠가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아무래도 내가 멀리 떠나기 직전이라 그랬는가보다 싶었다. 생각해보니 아빠는 내가 어디를 가게 될 때, 혹은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식사를 권하셨다. 그러면서도 지나가듯 물어보고 마셨지. 아무래도 내가 부담스러워 하거나 대답하기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선택을 하신 것 같다. 아빠도, 나도 상대로부터 받는 '거절감'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아빠는 항상 근처 밥집을 좀 찾아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도 찾아보는데, 맛집블로거인 내가 어째서 동네인 '삼전동 맛집'을 검색하고, 또 찾는 건 이리 어려워하는가. 나도 이해가 안된다. 그렇지만 정말 모르는 걸. 삼전동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삼전동 맛집을 알지 못한다. 집에서는 집밥을 먹으니, 근처 음식점을 찾고 또 이용하는 건 가족들과 밖에 없으니까. 어쨌든 이곳은 내가 어쩌다 알게된 맛집인데 요즘에도 종종 간다. '어니언스'라는 곳. 배명고등학교 근처 맛집과 석촌고분 맛집을 찾는 분들에게 나쁘지 않다며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내가 처음 먹었을 때는 그냥 삼전동, 배명고 근처 맛집이었는데 비교적 최근 생긴 9호선 석촌고분역 때문에 '석촌고분 맛집'이 되었다.

어니언스는 양파가 들어간 음식들을 판매한다. 그래서 이름부터 어니언스 onions고 양파의 좋은 점도 적어놓았다. "대표적인 황하알릴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 알리신으로 바뀌면서 콜레스테롤을 억제 및 항암, 피로회복,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석촌고분역 맛집 어니언스 메뉴판이다. 면류, 덮밥류, 사이드메뉴 등이 있는데, 우리는 대창덮밥과 연어장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각각 11,000원과 10,900원 정도.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모츠동(대창덮밥)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있더라. 고민하지 않고 두 가지를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예전 기억으로는 돈코츠라멘도 꽤 괜찮았다. 면류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

반찬은 단무지와 김치, 장국으로 비교적 단촐하다. 모츠동, 연어장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적혀있었다. 막 비벼 먹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밥 한 숟갈 위에 대창구이나 연어 한점을 밥 위에 얹어 먹기. 대창은 반숙계란 노른자에 찍어서, 연어장은 그냥, 그리고 그 위에 양파나 야채, 와사비를 올릴 것. 연어장밥은 예상했던 것 만큼 맛있지 않았다. 신선하긴 하지만 장이랑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가격 대비 연어가 너무 적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곳을 석촌고분역 맛집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이유는 이 대창덮밥 때문인데 상당히 퀄리티가 좋았달까. 대창과 대창양념의 조합도 좋고, 계란에 찍어 먹는 조합과 부추가 들어가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아빠는 무작정 비벼서 드셨지만, 그건 또 그것 대로 맛있었다. 마지막 만찬을 즐길 수 있어 좋았던 곳. 가격대가 퀄리티 대비 사알짝 높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 대창덮밥 먹을만한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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